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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기타리스트가 매일 같은 마디에서 틀린다

2화
옆집 기타리스트가 매일 같은 마디에서 틀린다 2화 사진 1

곡이 끝났는데 박수를 못 쳤다. 컵을 들고 있어서 그랬다고 해 두자.

곽 형이 내 어깨를 쳤다.

"야, 쟤 끝에 살짝 틀렸지? 나도 들었어. 저렇게 잘 치는 애도 틀리네. 인간적이다."

인간적이라니. 스물일곱 번 틀려 본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실수하는 사람은 웃지 않는다.

"끝나고 대기실 가서 인사하자. OST 얘기도 슬쩍 꺼내고."

"화장실요."

나는 컵을 내려놓고 비상구 쪽 계단으로 빠져나왔다. 시멘트 계단에 앉아 모자를 벗었다 썼다. 머릿속을 정리해 봤다.

하나, 옆집은 도건우다. 둘, 도건우는 내 얼굴을 안다. 셋, 나는 지난 3주 동안 프로 기타리스트한테 코드를 가르쳤다.

"이번 주는 손목이 덜 꺾이게 잡아 보세요."

그저께 내가 쓴 쪽지다. 얼굴이 뜨거워져서 두 손으로 눌렀다.

"화장실 저쪽인데."

고개를 드니 아까 그 베이스가 층계참에 서 있었다. 캔 음료를 들고, 땀에 젖은 앞머리를 손목으로 넘기면서. 가까이서 보니 눈매가 칼 같았다.

"아, 네. 잠깐 바람 쐬려고요."

"건우 아는 사람?"

"아니요."

너무 빨랐다. 배우가 이러면 안 된다.

"아까 맨 구석 회색 가디건." 그 사람이 나를 위아래로 한 번 훑었다. "난 백유라. 저 곡 쟤랑 3년 쳤거든요. 근데 쟤가 저걸 틀리는 건 오늘 처음 봤어. 그래서 궁금해서."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래요?"

유라 씨는 캔을 천천히 찌그러뜨렸다.

"그럼 나도 아무것도 안 물어본 걸로 할게요."

나는 곽 형한테 배가 아프다고 문자를 보내고 뒷문으로 나갔다.

집에 오니 복도가 조용했다. 벽도 조용했다.

이 집에 살면서 처음 듣는 조용함이었다. 대본을 펼쳤다. 이렇게 좋은 환경이 없다.

"34쪽 넷째 줄, 다시. 문 앞까지 갔어. 근데."

안 됐다. 틀릴 핑계가 없으니 더 안 됐다.

나는 대본을 밀어 놓고 포스트잇을 꺼냈다. 첫 장에는 이렇게 썼다.

"도건우 씨 맞죠."

너무 형사 같아서 찢었다.

"오늘 공연 잘 봤습니다."

너무 팬 같아서 찢었다.

"왜 웃었어요."

이건 한참 들여다봤다. 제일 묻고 싶은 말이었고, 그래서 제일 쓰기 싫었다. 찢었다. 바닥에 노란 종이가 쌓여 갔다. 오디션 대본 고를 때도 이렇게 공을 들이지는 않는다.

결국 붙인 건 이거였다.

"오늘은 조용하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문장이다. 나는 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슬리퍼 소리 안 나게 걸어가 1208호에 붙이고 돌아왔다. 그리고 현관 앞 신발장에 걸터앉았다. 왜 앉았느냐고 묻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그냥 거기가 앉기 좋았다.

옆집 기타리스트가 매일 같은 마디에서 틀린다 2화 사진 3

두 시 십 분에 엘리베이터가 띵 하고 울렸다.

나는 일어나서 문에 이마를 대고 렌즈에 눈을 붙였다. 동그랗게 휜 복도 끝에서 누가 걸어왔다. 기타 케이스가 어깨 위로 솟아 있었고, 초록 재킷을 입고 있었다.

아, 진짜네. 진짜 저 사람이네.

그는 1208호 앞에 서서 쪽지를 뗐다. 읽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더니 어깨가 조금씩 들썩였다. 소리 없이 웃는 사람의 어깨였다.

케이스를 내려놓고, 재킷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고, 벽에 대고 뭔가를 썼다. 쓰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러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

내 걸음으로 여덟 발자국인 거리가 그 사람 다리로는 여섯 발자국이었다.

렌즈 속 얼굴이 점점 커졌다. 나는 숨을 멈췄다. 코 하나 눈 하나가 화면을 다 채울 만큼 가까워졌을 때, 그가 고개를 조금 기울이더니

세상이 노랗게 됐다.

렌즈 위에 쪽지를 붙인 거였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옆집 문이 열렸다 닫혔다. 나는 오 분을 더 서 있다가 문을 열고 쪽지를 뗐다. 글씨 끝이 말려 올라가 있었다.

"공연이 있어서요. 야식은 뭐 드셨어요?"

복도에 서서 그걸 세 번 읽었다.

모른 척하겠다는 거다. 나를 그렇게 빤히 보면서 틀려 놓고, 렌즈까지 막아 놓고, 저 사람은 지금 아무 일 없는 척을 하겠다는 거다. 나한테. 배우한테.

좋아.

"컵라면이요. 공연은 잘 됐어요?"

펜을 꾹꾹 눌러 썼다. 연기라면 내가 프로다. 적어도 명함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월요일에 대본 리딩이 있었다.

긴 책상에 배우들이 둘러앉고, 끝에 남궁현 감독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말수가 적고 안경을 자주 닦는 사람이다. 안경을 닦기 시작하면 다들 긴장한다.

8부 증언 신은 오후에 돌아왔다. 변호사 역의 탁미경 선배가 대본을 내려다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날 밤, 증인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앞 대사는 좋았다. 내가 들어도 좋았다. 책상 맞은편에서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34쪽 넷째 줄이 왔다.

"문 앞까지 갔어."

손바닥에 땀이 났다.

"근데."

그다음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 분명히 있던 글자가 없었다. 대본을 보면 되는데, 대본을 보는 순간 또 그 애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입을 벌린 채 앉아 있었다. 냉방기 도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펜을 내려놓았고, 몇 사람이 조심스럽게 내 쪽을 안 봤다.

남궁 감독이 안경을 벗었다.

"넘어가."

그 한마디가 제일 무서웠다. 욕을 먹는 쪽이 낫다.

쉬는 시간에 자판기 앞에 서 있는데 누가 내 옆으로 와서 동전을 넣었다. 탁미경 선배였다. 이십 년 차,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얼굴이다. 선배는 율무차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그 문장이 왜 안 외워져?"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죄송은 감독님한테 하고. 너 외우려고 하지, 지금."

"외워야 하니까요."

"문 앞까지 갔는데 못 두드린 애가 그걸 또박또박 외워서 말하겠니."

선배는 종이컵을 뽑아 들고 후 불었다.

"너, 어디 문 앞까지 가 본 적 없어?"

나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선배가 웃었다.

"그럼 가 봐. 가 보고 와."

그날 밤 열한 시 사십 분, 곡이 시작됐다.

끝날 듯, 끝날 듯. 틀렸다. 멈췄다. 잠깐 조용하다가 처음부터.

이제 나는 안다. 저 사람은 저걸 눈 감고도 친다. 저건 매일 밤 정성껏 틀리는 소리다. 알고 들으니 기가 막혔고, 기가 막힌데 또 듣고 있었다. 나는 전쟁을 시작했다.

"그 마디 어려우시면 잘 치는 사람 알아요. 도건우라고."

다음 날 답.

"그 사람 별로던데요. 실수도 하고."

"실수 아닌 것 같던데요."

"공연 보셨나 봐요?"

"아뇨. 인터넷에서요."

"그날 영상 올라온 거 없는데요."

나는 그 쪽지를 들고 복도에 서서 한참 동안 천장을 봤다. 졌다. 답을 안 쓰기로 했다. 이건 전략이지 패배가 아니다.

사흘째 내 문이 조용하자 문 여사님이 장바구니를 세웠다.

"탤런트 총각, 왜 답을 안 붙여?"

"바빠서요."

"옆집 총각은 아침마다 나와서 이 문을 쳐다보고 들어가던데."

"...언제요?"

"아침에. 쓰레기 버리는 척하고. 쓰레기는 안 들고."

여사님은 혀를 찼다.

"요즘 젊은 것들은 드라마를 왜 이렇게 질질 끌어."

옆집 기타리스트가 매일 같은 마디에서 틀린다 2화 사진 6

일요일 오후, 석 달 만에 스케줄이 없는 날이었다.

점심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여니 문 여사님이 앞치마 차림으로 서 있었다. 복도에 기름 냄새가 번져 있었다.

"총각, 키 좀 빌려줘. 거실 형광등이 나갔어."

"아, 제가 그런 걸 잘..."

"잘 못해도 돼. 들고만 있으면 돼."

슬리퍼를 꿰고 따라나섰다. 1208호 앞을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쪽지는 없었다. 조용했다. 일요일 낮이니까 자고 있겠지. 안심이 됐고, 왜 안심이 됐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1209호 현관에 들어서자 김치전 부치는 소리가 지글거렸다. 낡은 소파, 벽에 걸린 달력, 텔레비전 위의 뜨개 덮개.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작은 의자 위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등이 넓었다. 팔을 천장으로 뻗고 있어서 초록색 재킷 자락이 위로 들려 있었다. 곱슬기 있는 뒷머리에 먼지가 조금 앉아 있었다.

나는 현관에서 슬리퍼 한 짝을 벗다 말았다.

"손이 하나 모자라서 데려왔어." 문 여사님이 내 등을 떠밀었다. "이 총각이 형광등은 잘 갈아. 근데 기타 치는 손이라고 유리는 또 조심하네. 건우 총각, 내려와 봐. 이 사람 알지? 옆집."

의자 위의 사람이 돌아봤다.

한 손에 긴 형광등을 들고, 먼지 낀 얼굴로. 그 눈이 금요일 밤과 똑같았다. 웃지 않는데, 웃고 있었다.

그는 의자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손바닥을 바지에 쓱 닦았다. 나보다 머리 반 개쯤 더 큰 사람이 내 앞에 서서, 아주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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